포닥과정의 필요성

포닥이란?

포닥은 Postdoctor (정식명칭: Postdoctoral researcher) 의 준말로 박사학위 (doctor) 를 딴 이후 (post) 의 과정을 뜻하는 말이다. 주로 연구소나 대학교의 랩에서 박사과정 연구와 유관한 연구를 하면서 연구 논문을 쓰는 일을 한다.

포닥과정이 필요한 사람?

박사를 따고 반드시 포닥을 해야하는 것은 당연히 아니며, 주로 연구 실적을 더 쌓아 교수임용을 원하는 사람이나 연구 분야 확장을 통해서 원하는 직업군으로 가고자 하는 사람이 포닥과정을 밟게 된다.

교수직 희망: 포닥이 필수?

나도 처음에는 박사과정때 실적만 잘 쌓으면 포닥없이 바로 교수가 되는게 가장 좋으므로, 포닥이 불필요하다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포닥과정을 직접 해 보는 것이 교수직을 희망하는 사람에게는 큰 도움이 되겠다고 생각했다.

이유1: 좀 더 독립적인 연구가 가능하다

연구실을 운영하는 교수 (PI) 는 일반적으로 연구실에서 운영 중인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사람을 포닥으로 뽑아서 활용한다. 따라서, PI는 포닥에게 연구의 자율성을 부여하고 연구 진행상황만 체크하며, PI의 기대치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이상은 어느정도의 자율성이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내가 박사과정 때에도 나름 내 연구가 ‘자율성이 있다’고 생각했으나 현재 포닥과정의 자율성과 비교해보니 좀 더 제한적이었다. 박사과정 때는 연구 진행 방향을 항상 지도교수와 상의 했어야 했고, 기본적으로 지도교수의 입맛에 맛춰줘야 하는 성향이 강하다. 지도교수도 학생에게 ‘가르쳐야 한다’는 마인드가 강했던 것 같다. 포닥과정도 PI에게 연구방향을 논의하면서 진행하긴 하지만, PI의 반응은 대부분 OK이다. (아마, PI가 연구동료로서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의미가 좀 더 내포돼 있을 수 있겠다.)

한국 교수의 임용시장에서 ‘독립적인 연구자로서의 자질’에 대한 평가 기준으로 해외포닥을 꼽는데, 포닥을 해 보니 그게 무슨 말인지 이해하게 되었다. 우선 PI에게 나의 전문성을 인정 받아야 위와 같은 상호 존중의 스토리가 진행되고, 그래야 좋은 연구 결과물이 나오게 됨을 깨닫게 되었다. (해외 포닥 이야기는 다른 포스팅에서 자세하게 다루기로 하겠다.)

이유2: 학생 지도 또는 박사과정 학생과의 콜라보레이션이 가능하다

존중 받는 포닥은 PI가 비슷한 프로젝트를 하고 있는 학생을 붙여준다. 학생과 콜라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잘 살려서, 누이좋고 매부좋은 윈윈 관계를 잘 형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연구를 좀 해 본 사람들이라면, 이게 생각보다 쉽지 않음을 느낄 것이다. 나는 이 부분이 교수가 되었을 때 학생과의 관계, 학생 사이의 갈등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한 가장 기본을 배우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포닥-박사과정 학생은 모두 연구 논문이 필요한 사람들이라 의견 충돌이 많고, 나중에는 저자 싸움도 심하다. 서로가 윈윈할 수 있는 연구 방향을 만들어 내는 스킬은 전적으로 경험이 더 많은 포닥 역량에 달려있다고 생각한다.

이유3: 전문가로서의 인적 네트워킹을 넓힐 수 있다.

임용 시장에서 포닥을 한 지원자들이 포닥 경험이 없는 지원자보다 더 유리한 이유는, 그 분야에서 더 많은 경험과 인적 네트워크가 있기 때문이다. 위에서 말했지만, 박사를 받으면 학위 지도교수와는 독립적인 개체가 되므로 전문가로서 인정을 더 받을 수 있으며, 포닥 신분으로서 하는 학회 활동은 학생의 그것보다 느낌 자체가 다르며, 본능적으로 자기 연구를 좀 더 적극적으로 외부인들에게 어필하게 된다.